욕실 선반에는 여덟 개의 플라스틱 통이 있었다. 샴푸, 컨디셔너, 바디워시, 클렌징, 토너, 핸드워시, 면도 거품,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분홍색 통 하나. 모두 빈 채로 한 달은 더 자리를 차지했다. 그러는 동안 세면대 위는 늘 좁았다.
바꾸기로 한 건 거창한 결심이 아니었다. 단지 선반이 너무 좁았다. 그래서 비누 한 장으로 시작했다. 핸드워시를 비누로 바꾸고, 한 달이 지났다. 쓰레기통이 가벼워졌다.
한 번에 다 바꾸지 않는다
비누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. 처음엔 핸드워시만, 그 다음엔 바디워시, 그 다음엔 세안. 세 달에 하나씩 바꾸면, 1년 후엔 욕실 풍경이 완전히 다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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환경을 위한다는 거창한 말 대신, 욕실이 깨끗해서 좋다고 말한다.
비누가 가르쳐준 것
비누는 5주를 산다. 한 장을 다 쓰면 다음 한 장을 자른다. 액체에 익숙해진 손은 처음엔 어색하다. 그러나 두 번째 비누부터는 자연스러워진다. 거품을 만드는 시간만큼 손이 천천히 움직이는 게 좋다.
- 01핸드워시 → 손 비누 (가장 쉬운 시작)
- 02바디워시 → 전신 비누 (3개월 후)
- 03클렌징 폼 → 세안 비누 (조심스럽게)
- 04샴푸바는 가장 마지막에
욕실 선반은 이제 세 자리만 차지한다. 비누 두 장과 샴푸 한 통. 거기에 작은 도자기 받침을 두었다. 비누는 물기를 빼야 오래간다. 받침 하나로 비누의 수명이 두 배가 된다.
박서연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