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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주의 동백, 한 송이의 보습
EDITORIAL 05 · 8분 읽기

제주의 동백, 한 송이의 보습

제주의 겨울에 동백이 진다. 그 꽃을 따 짠 기름이, 다시 우리 욕실로 온다.

농장 일지 · 8분 읽기
박서연
에디터 · 2026.01.22

제주에 동백을 보러 갔다. 1월의 끝자락, 비가 부슬거리는 날이었다. 오은지 농부의 밭은 서귀포의 구릉 한가운데 있었다. 600그루의 동백이 한 자리에 모여 있고, 빨간 꽃잎이 땅에 가득했다.

"이 꽃은 떨어진 다음에 따요. 가지에 있을 때는 안 따고요." 오은지 농부가 말했다. "꽃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가지에 있을 때거든요."

꽃은 떨어진 다음에

다른 꽃들은 활짝 폈을 때 가장 향이 진하다. 동백은 다르다. 제 무게를 못 이겨 떨어진 꽃에서 가장 깊은 기름이 나온다. 그래서 동백 농가는 매일 아침 땅을 본다.

꽃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가지에 있을 때.
— 오은지 농부

한 송이의 보습

동백 오일은 묵직하다. 손에 한 방울만 떨궈도, 30분 후에 꺼풀이 사라진다. 비누에 들어가도 마찬가지. 환절기, 건조한 손에 닿았을 때 그 차이가 가장 분명하다.

서귀포 동백밭, 2026년 1월
서귀포 동백밭, 2026년 1월

한 장의 비누에 동백 오일이 약 0.4g 들어간다. 그래봐야 한 그루의 수확량의 200분의 1. 그러나 그 0.4g이 한 장의 비누를 다른 비누로 만든다.

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동백 한 송이를 손에 쥐고 있었다. 이미 색이 바래기 시작했다. 향은 비누 안에 담아 곧 다시 만나게 된다.

박서연
에디터 · 2026년 1월 · 제주
— 글의 끝
제주의 동백, 한 송이의 보습
— 글과 함께 듣기 · LUNA · SWEET VOICE

해바라기 들판

NO. 04 · 4:05 · 자연, 자유, 한낮의 꽃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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